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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K-POP

과거와 현재의 연결고리 뉴진스, 일본도 빠져버린 뉴진스탤지어

킴진 2024. 7. 10. 08:00

뉴진스가 일본 데뷔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다. 일본뿐 아니라 국내 미디어에서도 뉴진스의 일본 활동 관련 소식들을 연일 연예 섹션 톱뉴스에 올리며 성공적인 일본 데뷔를 알렸다. 

 

| 일본 음악시장 데뷔의 의미

케이팝이 미국 빌보드 차트 순위에 심심찮게 오르며 그 위세가 국제적으로 확장된 요즘, 일본 진출이 과연 중요한 과정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당연’ 하다.  

 

일본의 음악시장은 전 세계 음악시장에서 세계 2위의 규모(2023년 기준 우리나라 음악 시장은 세계 7위)로 미국 다음으로 큰 시장이고 우리나라 음악시장 규모에 비해 약 5배 정도 큰 시장이니까. 

 

2007년 5월 가수 비가 케이팝 가수 최초로 도쿄돔에 입성한 이후 많은 케이팝 가수들이 도쿄돔에 입성했는데 뉴진스는 한국 데뷔 1년 11개월, 일본 데뷔 싱글 'Supernatural'기준 단 5일 만에 도쿄돔에 입성하며 최단기간 도쿄돔에 입성한 케이팝 가수로 기록되었다. 'Supernatural'은 발매 당일 오리콘 데일리 싱글 랭킹 1위로 직행한 뒤 3일 연속(6월 21일~23일) 왕좌를 지켰다.

 

사실 뉴진스는 이번 일본 공식 데뷔 이전에도 한국에서의 싱글 앨범 'OMG'가 오리콘 주간 합산 싱글 랭킹 정상을 차지했고 수록곡 'Ditto'가 (일본 기준) 해외 여성 아티스트로는 가장 빠른 속도로 오리콘 누적 스트리밍 단일곡 1억 회를 달성해 일본 레코드 협회 스트리밍 부문 플래티넘 인증을 받는 등 값진 성과를 이뤄가던 중이었다. 

 

| 일본 아티스트들도 탐내는 케이팝 걸그룹이 되다

데뷔한 지 이제 23개월 차인 뉴진스에게 일본의 대표 아티스트들이 먼저 뉴진스 팬임을 자처하며 일본 공식 데뷔의 성공을 위해 힘을 더했다. 

 

무라카미 다카시 버전 뉴진스 캐릭터

일본 대표 현대 미술가이며 팝 아티스트인 '무라카미 타카시'가 뉴진스의 새로운 캐릭터 작업을, 일본 스트릿 패션의 대부 '후지와라 히로시'와 함께 의류와 잡화 등 콜라보 컬렉션 작업을 진행했다. 이러한 현상은 뉴진스가 한국을 넘어 일본 아티스트들에게도 크리에이티브한 영감과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아티스트가 됨을 의미한다.

 

후지와라 히로시 X 뉴진스 스트릿 패션 화보

 

| 뉴진스식 노스탤지어 '뉴진스탤지어', 일본의 황금기를 다시 되돌려 놓다

개인적으로 뉴진스의 데뷔곡 'Attention'을 처음 들었을 때 기억 속에 묻혀있던 90년대 뉴잭스윙 감성(오랜만에 듣는 익숙한 R&B 코드)을 자극하며 자연스럽게 이끌렸던 기억이 있다. 나만 그런가? 했는데 'Ditto'를 통해서 음악뿐 아니라 비쥬얼 콘셉트까지 느껴지는 노스탤지어 감성이 뉴진스의 주요 코드 중 하나임을 알게 됐다. 이는 비슷비슷한 도파민 경쟁에 취해있던 케이팝 아이돌 시장에서 뉴진스만의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해 내는 큰 역할을 했다.  

 

일본 공식 데뷔곡 'Supernatural' 또한 뉴진스만의 노스탤지어 콘셉트를 가감 없이 펼쳐 보인 곡이다. 90년대 특유의 브라스 신스가 강조된 뉴잭스윙 리듬을 기본으로 일본 가수 '미나미'의 2009년 히트곡 'Back Of My Mind' (프로듀서가 무려 '퍼렐 윌리엄스' 였다니)를 일부 차용해 뉴진스만의 청량감 있는 사운드(편곡은 역시 '250')로 입혀진 'Supernatural'은 시티팝 분위기의 뮤직비디오와 90년대 힙합 바운스를 타는 뉴진스의 댄스가 어우러져 한국을 넘어 일본의 노스탤지어까지 자극하기에 더할 나위 없어 보인다.   

 

버블 경제라 불리는 80-90년대 일본 경제와 문화의 황금기는 또한 동시에 우리나라 아날로그 음반 시장의 황금기(국내 소비만으로 밀리언셀러 앨범이 홍수나던 시절)이기도 했다.  당시 막강한 자본력을 갖춘 J-POP이 세계적으로 뻗어 나갔고 국내 대중음악계에도 많은 영향을 끼치며 장르나 사운드적으로 비슷한 공감대를 쌓을 수 있었다. 

 

그리고 2024년인 지금, 뉴진스의 일본 도쿄돔 팬미팅이 전석 매진되고, 10~20대뿐 아니라 일본의 40대 이상 아저씨 팬덤 ‘뉴진스 오지상(아저씨)’ 도 등장했다. 한국의 뉴진스가 일본의 80-90년대 황금기 추억으로 되돌리는 연결고리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뉴진스 특유의 노스탤지어 콘셉트를 나는 '뉴진스탤지어(Newjeanstalgia)'라 부르고 싶다. 

 

| 이건 마치 테일러 스위프트의 '보라빛 향기'일까?

하니가 솔로로 부른 일본의 영원한 아이돌, '마쓰다 세이코'의 1980년대 히트곡 '푸른 산호초(靑い珊瑚礁)'는 한일 양국에서 뜨거운 화제를 낳았다. 일본 아사히 신문은 ‘80년대 아이돌의 에너지가 지금 다시 되살아난 것 같은 느낌’이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고 공연이 끝난 며칠 후까지도 일본 방송사에서는 하니의 솔로 무대 소식을 전했다.   

 

일본 팬들이 받은 감동을 한국인으로서 온전하게 느낄 수는 없겠지만 대략 이런 느낌이 아닐까 싶다. 만약 현재 미국 최고의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가 내한 콘서트에서 한국 팬들을 위해 강수지의 1990년 히트곡 '보라빛 향기' 무대를 완벽히 재현한다면, 20대부터 50대까지의 세대 통합 공감대를 이루며 큰 이슈가 될 것이 분명하다. (누가 AI 보이스 버전이라도 내주라!) 아마도 뉴진스의 일본 팬들에게 이와 같은 감동이 전해졌으리라 상상을 해본다. 

 

| 뉴진스만의 이야기를 써 나아가는 중

일본 공식 데뷔를 통해 일본의 국민적 슈퍼스타가 된 것은 아니지만, 뉴진스의 인기와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던 성공적인 데뷔였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그동안 보여주었던 케이팝의 스타일과는 차별화된 뉴진스만의 콘셉트 '뉴진스탤지어'가 한국을 넘어 일본에서도 통했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고 본다.

 

소속사 엄마와 아빠가 다투고 있는 보기 드문 와중에도 당차게 활동중인 뉴진스의 성과가 참 대견하고, 대단하기도 하고. 어쩌면 그래서 더욱 특별한 스토리를 써나가고 있는 케이팝 걸그룹, 아니 민희진과 함께하는 케이팝 아티스트 뉴진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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