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SNS에서 '연예인 회당 방송 출연료'를 정리해 놓은 표를 보았다. 그 표에 따르면 수많은 예능 연예인 중 유재석의 출연료(회당 2500만원 ~ 3000만원 수준)가 단연 TOP 이었다. 정보의 출처가 믿을만 한지 확인할 수는 없으나, 액수의 정확성을 떠나서 유재석의 출연료가 가장 높다는 건 누구나 예상하고 공감할 수 있는 사실일 테다.
만약에 평범한 내가 예능 방송 프로그램에 어찌어찌 섭외되어 출연하게 된다고 가정했을 때 출연료로 과연 얼마를 받을 수 있을까? 당연히 유재석보다 한참 못 받을 거다. 내가 유재석만큼, 아니 그보다 더 열심히 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해도 결코 유재석보다 더 주지 않는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걸까?
| 유재석 출연료의 본질
MBC 경제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이진우 기자는 유튜브 <가든 패밀리>에 출연해 유재석이 높은 출연료를 받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유재석 덕분에 행복해지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기 때문이라는 것. 예를 들어 내가 예능 방송에 나가면 출연료 5만 원, 유재석이 나가면 100만 원을 출연료로 준다면 나보다 유재석이 나올 때 제작진 및 광고주와 시청자들이 20배는 더 즐거워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돈이라는 것은 가치 저장 수단, 가치의 교환 수단인데 유재석의 출연료가 높은 것은 유재석의 행위가 그만큼 만족할 만한 가치를 주기 때문이다. 결국 돈을 번다는 행위의 본질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얼마만큼의 만족감을 줄 수 있느냐에 있다.
| 내가 유재석보다 덜 열심히 하는 것도 아닌데...
내가 유재석보다 100배 착하고 100배 부지런하고 100배 공부를 더 잘한다 해도 예능 방송 출연료와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앞서 예시에서) 유재석이 나보다 20배 이상 시청자를 즐겁게 해주기 때문에 내 출연료는 그냥 5만 원, 유재석은 100만 원인 것이다. 이에 이진우 기자는 그냥 열심히 하면 돈을 잘 버는 게 아니라, 시장 경제가 돌아가고 경제활동을 하는 원리는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걸 개인(나)이라는 희소성을 바탕으로 만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서 우리가 음식점을 고를 때 기준은 음식의 맛과 그에 따른 가격 등을 따져서 선택을 하게 된다. 주방에서 주방장이 얼마나 부지런하게 열심히 요리하는가는 고려사항에 포함되지 않는다. 결국 돈을 잘 벌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늘 파악하고 그중에서 나만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를 선택해 많은 사람들을 만족시켜 줄 수 있어야 한다.
| 13만 원 망고 빙수,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2024년 썸머시즌 기준, 호텔 시그니엘 서울 79층에서 먹는 빙수 한 그릇의 가격은 13만 원, 신라호텔 애플 망고빙수는 10만 2천 원임에도 웨이팅을 감수해야 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 왜 그럴까? 듬뿍 담긴 국내산 제주 망고와 호텔의 고급스런 공간 & 서비스가 주는 특별함이 소비자들에게 그 가격을 지불할 만큼의 만족감을 주기 때문이다. 부자들은 그들의 눈높이에 맞는 질 높은 빙수와 서비스에 만족할 것이고 꼭 부자가 아니더라도 특별한 날 특별한 추억을 필요로 하는 소비자들에게 만족할 만한 스몰 럭셔리(Small Luxury)를 즐길 수 있게 해준다. 특히 이러한 스몰 럭셔리를 즐기는 트렌드는 SNS의 대중화로 일상화된 인증샷 자랑질이 큰 몫을 해냈다. 자랑질도 일종의 자기만족감을 주니까.
그렇다면 호텔에서 망고 빙수를 10만 원이 넘는 가격으로 파는 행위는 과연 옳은 것일까? 이런 스몰 럭셔리를 즐기는 소비는 옳지 않은 행위인 걸까?
이진우 기자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서 무조건 불만을 갖기 전에 먼저 세상이 돌아가는 원리는 이런거다라는 것을 깨닫고 기회를 발견하는데 노력하라고 조언한다. 사람의 욕구는 복잡하다. 그러니 인간의 선택은 생각보다는 비이성적이고 우리가 납득할 수 없는 다양한 이유들이 존재한다. 즉 우리는 13만 원짜리 빙수에 무엇을 하나 더하면 그 이상의 가격으로 팔아도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를 생각할 수 있어야 된다고 덧붙였다.
| 크고 싼 보일러 & 작고 비싼 아이폰
지난겨울 10여 년간 잘 써오던 필자의 집 보일러가 갑자기 고장이 나서 AS를 받게 되었다. 점검을 위해 집에 온 보일러 엔지니어는 10년 정도 썼으면 고쳐도 또 금방 고장 날 수 있으니 새 제품으로 교체를 권했다. 물론 수리보다 교체 비용이 더 비쌌기에 고민을 하던 찰나, 엔지니어는 이렇게 말했다. “요즘 젊은 사람들 참 알다가도 모르겠어. 이 보일러보다 2배나 더 비싼 쬐깐한 스마트폰은 매년 잘도 바꾸면서 10년에 한 번 정도 바꾸는 보일러에 왜들 고민들인지 참...” 듣고 보니 그랬다. 마케팅 마인드도 훌륭했던 그 엔지니어 덕분에 나는 곧바로 보일러 교체를 결정했고 덕분에 반년이 지난 오늘 밤도 보일러 고장 걱정 없이 편안하게 온수 샤워를 즐길 수 있었다.
그럼 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수적이고 덩치도 크며 오래 쓰기까지 하는 이 훌륭한 보일러 시스템이 고작 몇 년 쓰다 바꾸게 되는 작디작은 스마트폰보다 더 저렴한 이유는 뭘까. 매년 최신, 최고의 기술력을 손바닥 안에 집약시킨 스마트폰을 위해 들어가는 기업의 투자비용이 반영되었을 것이며 그만큼 소비자들에게도 보일러가 주는 따뜻함 이상의 다양한 만족감들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을 통해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세어보면 손가락 열 개도 한참 모자랄 테니까.
애플 아이폰의 판매가가 150만 원 이상씩 하는 이유에 대해 이진우 기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원가가 50만 원밖에 안되는 아이폰을 150만 원에 파는 게 옳은가? 옳다. 이게 브랜드 가치의 힘이다. 아이폰 유저들은 150만 원을 내면서 150만 원만큼 행복하니까. 애플이 영업이익을 많이 냄으로써 다음 아이폰 시리즈를 계속 잘 만드는 게 중요하지, 이번 아이폰 개발에 50만 원밖에 안 들었으니까 60만 원에 팔게요, 그 대신 돈이 없어서 다음 아이폰은 이제 못 만들어요라고 한다면 애플 유저들은 결코 행복하지 않을 것이라 강조했다.
이와 관련한 이진우 기자의 더 많은 이야기는 유튜브 채널 <가든 패밀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가든 패밀리>는 교육 크리에이터인 브루스(이승재)가 운영하는 채널로 자녀교육과 자기 계발 콘텐츠들을 다룬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직접 인터뷰하고 노하우를 함께 나누는 두 아이의 아버지, 브루스의 교육 열정을 확인할 수 있는 채널이다.
킴진 | KIMZ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