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이런 고민을 해봤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내가 이 회사에서 좋은 모습으로 잘 퇴사할 수 있을까? 회사를 다녀보면 알겠지만 좋은 모습으로 퇴사하는 동료, 선배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으니까. 그리고 더 바란다면 퇴사 후에 어떻게 하면 더 멋진 모습으로 제2, 3의 인생을 살아갈 수 있을까를 함께 생각해 보게 된다. 이런 고민 중인 직장인들에게 최근 최화정의 행보는 꽤나 인상 깊다.
2024년 6월, 27년간 직장인처럼 출근도장 찍던 SBS 파워FM 라디오 <최화정의 파워타임> DJ를 박수 칠 때 내려놓고 <안녕하세요 최화정이에요> 유튜브 채널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한 최화정이다. 직장이라면 정년퇴직을 겪었을 예순셋 나이에 시작한 그녀의 유튜브는 개설하자마자 큰 화제를 낳으며 시작 두 달여 만에 구독자 50만을 넘어섰다. 특히 최화정을 잘 모르는 MZ세대들의 마음까지 유튜브를 통해 사로잡았다. 오히려 그동안 라디오가 최화정의 발목을 잡던 족쇄가 아니었나 생각될 정도. 잘 퇴사하기 그리고 퇴사 후에도 너무나 잘 살아가는 최화정의 비법에는 최화정 특유의 생각, 화정식 사고가 있다.
| 화정식 사고 1. 위대함의 시작은 사소함이다
1년간 고민 끝에 시작하게 되었다는 최화정 유튜브. 그 첫 번째 소재이며 화려한 시작을 알린 아이템은 바로 ‘오이 김밥’ 이었다. 단촛물 밥 외 오직 통 오이만으로 가득 채운 이 사소한 김밥은 단숨에 큰 이슈를 불러일으키며 유튜브 세상을 넘어 GS25 편의점에서도 출시됨과 동시에 초도 물량 매진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 오이김밥은 (본인도 밝혔듯이) 최화정이 개발한 것은 아니고 SNS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던 아이템이었는데 최화정 특유의 맛깔나는 설명과 맛 표현이 더해지며 결국 ‘최화정 오이 김밥’으로 대중들에게 알려지게 됐다.
이뿐만 아니라 여름 국수, 사라다 빵 등 누구나 쉽게 해볼만한 간단한 레시피의 요리를 소개하는데 최화정의 설명과 리액션이 더해져 그 어떤 복잡한 레시피를 가진 값비싼 음식들보다 유튜브 너머로 보는 사람들의 미각을 자극시킨다. 그리고 시청자들은 이런 사소한 아이템이 주는 만족감에 함께 참여하기 위해 지갑을 연다. 그렇다고 최화정이 무조건 소소한 가성비만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대체불가한 만족감을 주는 것이라면 고가라도 기꺼이 소비하며 그녀만의 만족 포인트를 소개한다. 즉 그녀가 가성비를 따질 때에도 퀄리티와 스타일을 함께 놓치지 않는 시야를 가졌다는 걸 시청자들은 안다.
사소함이라고 다 같은 사소함이 아니다. 먼저 사소함의 옥석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하고, 구별된 가치있는 사소함을 꾸준히 쌓아가며 나만의 습관과 시야를 성장시켜야 한다. 그래야만 사소함을 넘어 중요함의 옥석도 구분할 줄 알고 위대한 습관과 시야를 가질 수 있게 된다. 이것을 줄여서 우리는 ‘사소함의 위대함’이라 부른다. 최화정의 어머니는 최화정에게 평소 이렇게 말해주었다고 한다. “사람이 허리를 쫙 펴고 입꼬리를 쫙 올리면 세상에 못할 일이 없대” 최화정의 어머니도 이 사소함의 위대함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시작 두 달 만에 구독자 50만을 넘어선 요즘 장안의 화제 최화정 유튜브의 첫 시작은 ‘오이 김밥’이라는 사소한 아이템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안다. 라디오 DJ로서 하루하루를 27년간 충실하게 쌓아온 그녀이기에 유튜브도 절대 허투루 하지 않을 거라는 것을.
| 화정식 사고 2. 긍정은 디테일하게, 부정은 쿨하게
최화정이 맛있는 음식을 먹고 표현을 할 때면 표정부터 설명까지 그 묘사가 참 자세하면서도 장황하기까지 하다. 개그우먼 정선희는 최화정이 초대한 식사 자리에 참석했다가 음식 하나하나에 대한 최화정의 설명이 너무 길어서 “제발 그냥 좀 먹읍시다!”라며 버럭 하기도 했다고. 그만큼 최화정은 본인이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굉장한 섬세함을 보인다. 그녀의 집 소품에서도 이러한 성향을 확인할 수 있는데 노란 페인트가 흘러내리는 콘셉트의 사이드 테이블을 예뻐서 구매한 뒤에 그 포인트를 더 살리기 위해 같은 노란색 페인트 통을 따로 사서 페인트가 통에서 쏟아지는 것처럼 테이블 위에다 옆으로 눕혀 직접 붙였다고 한다. 즉 긍정적인 것에 대해 단순히 ‘좋다’로 끝나지 않고 긍정적 효과의 극대화를 위해 자신만의 디테일을 더한다. 섬세함, 디테일을 더한다는 것은 그만큼 그 대상에 ‘진심’이라는 것이다.
반면 부정적인 것에는 굉장히 과감하고 쿨하게 패스하는 태도를 보인다. 최화정의 유명한 어록 ‘맛있으면 0칼로리’란 말에서도 이러한 태도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즉 이미 맛있게 먹어서 행복했다면 칼로리 계산 같은 부정적인 죄책감은 쿨하게 패싱해 버리라는 것이다. 이러한 쿨함은 다이어트를 강요받는 우리 사회에 위트 있는 위로와 공감을 줬다. 또한 악플에 시달리던 한 아이돌 멤버에게는 “좋아해 주는 사람들도 있으니 그냥 퉁쳐!” 라며 쿨하게 조언하기도 했다. 개그우먼 정선희는 이런 최화정의 ‘퉁쳐’가 자신의 인생 좌우명이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왕이면 긍정적으로, 마인드를 건강하게 생각하자라는 것이 최화정의 삶의 태도다.
| 화정식 사고 3. 고민의 마무리는 맛있는 음식이다
최화정은 고민 상담을 잘 하기로도 유명하다. 앞서 이야기한 화정식 사고를 통해 무거운 고민들도 가볍게 만드는 쿨한 해결책들을 제시한다. 그리고 고민해결의 말미에는 늘 이것이 함께하는데 바로 맛있는 음식 또는 레시피를 나누는 것이다. 우리가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떡볶이나 피자 등 입맛을 돋우는 음식들을 먹으면서 문제가 비록 해결되지는 않았지만 잠시의 힐링과 에너지를 얻어본 경험들을 누구나 갖고 있을 것이다. 즉 우리 삶에 있어서 문제 해결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해결의 과정에서 우리가 계속 나아갈 수 있도록 힘을 채워주는 작은 행복들의 소중함을 최화정은 잊지 않는다.
지금의 문제가 지나간다 해도 문제는 또 온다. 고로 문제란 늘 존재한다. 끝없는 문제들에 치이고 고민하며 지쳐버린 당신을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처방은 매번 근사한 해결책들이 아닌 바로 당신의 몸과 영혼을 동시에 위로하고 달래 줄 수 있는 맛있는 음식이라는 것을 최화정은 알고 있다.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당신 그리고 함께하는 우리이니까.
"화정아, 나 진짜 요즘 이일 때문에 미쳐 뒈져버리겠어, 어떡하면 좋을까?"
"음... 뒈져버리겠다니까 갑자기 돼지 껍데기 먹고 싶어져. 먹으러 가자, 돼지 껍데기!"
개그맨 문천식은 최화정에 대해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지금 대한민국에는 최화정이 필요하다고. 그렇다. 한국 사회의 어른들은 유독 진지하다. 그래서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는 것들에 부끄럼 없이 진심으로 기뻐하고 고민은 쿨하게 대처하며 사소한 즐거움이라도 함께 나누는데 주저함이 없는 최화정 같은 ‘명랑 어른’이 지금 우리 사회에 더 많이 필요하다.
킴진 | KIM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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